원문발췌
The Sydney Korea Herald
강해연의 이유 있는 카타르시스밀어들(64)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는 사람에게서 힐링 받자
극단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는 단원들은 오늘도 열심히 연습 했다. 연습이 끝난 후에는 늘 삼삼오오 모인다. 이모 양, 조모 양, 요모 양은 여는 때와 다름없이 폭풍의 수다시간을 가진다. 그러다 갑자기 침묵이 흐른다. 어색함을 깨면서 요모 양이 말을 한다. “있잖아. 그 얘기 들었어? 글쎄 감독이…” “뭔데 말을 흘려, 빨리 말해.” “너희들만 알고 있어야 한다. 절대 다른 사람들한테 말하면 안 돼!!!” “글쎄 뜸 들이지 말고, 냉큼 말해, 우리가 어디 가서 말할 사람들이야~” “그게 말이지~~”
사람들은 남의 불행과 탈선, 도를 넘는 행동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나쁜 말일수록, 특이 이상한 사생활 이야기면 소문은 이미 소문이 아닌 기정사실이 된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처음부터 의도해서 만들어진 소문은 없다는 것이다. 의외로 소문이 만들어진 과정은 대단히 허술하고 어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듯 한가롭게, 사심 없이 잡담을 즐기면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소한 정보를 주고받다가 생겨나게 된다. 조직의 누군가가 이상한 행동을 했다거나, 조직의 상사가 다른 단체에 대해 말했다거나, 누가 누구를 욕했다거나, 누구의 사생활이 그 모양이라는 등 악의는 잘 찾아볼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코지를 했다는 것도 아니고, 가벼운 정보가 오갔고 이야기를 나눈 사람끼리의 유대를 다졌을 뿐이다.
하지만 눈덩이가 구르고 굴러 불어나듯 그 말은 점차 악의적인 소문, 심지어는 유언비어가 되고,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그리고 소문의 대상은 정작 자신을 변호하려고 할수록 소문만 더 커진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런 소문을 만들어내고 확산시키는 사람을 보면 참으로 입이 가벼운 이들이다. 말해야 할 것과 말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 정확히는 그 순간을 이기지 못하는 것에 가깝다. 일시적이라도 주인공이 되고 싶고, 조직의 비밀이나 타인의 이야기를 전달해서라도 관심이나 호의를 얻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소문을 내는 사람들의 심리를 보면, 약간의 농담과 푸념 정도로 여길 뿐, 자신이 얼마나 파괴적인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 미처 알지 못한다. 그리고 나중에 왜 그랬냐고 추궁하거나 물어보면, 그때는 그랬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편리하게 말한다.
뒷담화와 소문을 내는 이런 유형들의 사람들을 보면 다른 이보다 많이 가진 게 있다. 바로 마음의 상처다. 심리적으로 고된 일과 스트레스로 인해 의욕저하, 짜증과 화만 나니깐 자꾸 남 이야기를 나쁘게 말한다고 한다. 심리학 용어로 ‘burnt-out Syndrome’ 즉 소진 탈진 증후군이다. 모발폰의 배터리가 다 되면 다시 충전하듯이 심리적으로 안정을 취하려면 ‘burnt-out’ 된 뇌를 충전해야 한다고 한다.
자신의 뇌를 쉬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사회적, 문화적 현상이라 볼 수 있다. 거꾸로 우리가 소문을 나쁘게 퍼뜨리고 뒷담화하는 사람을 그저 나쁘게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사람도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라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왜냐면 나 또한 소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소문을 낸 적도 있고 그것을 부인한 적도 있었으니까. 과연 살면서 뒷담화 안 하고 산 사람이 있을까? 그러니 우리 모두 소문의 진상을 휘두를 것인지, 휘둘려질 것인지를 잘 판단해야 할 것이다.
결론을 말하면, 우리는 사람이기에 심리적 안정을 취하는 훈련을 받게 되면 뒷담화나 소문,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는 사람에게서 힐링 받을 수 있다고 한다. ‘burn out’, 즉 소진되고 탈진이 된 뇌를 충전하기에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가까운 사람과 만나 웃음을 주고받는 것조차도 치유가 된다고 하니, 열심히 미소를 짓고 웃음을 유발해야겠다. 또한, 자연 속에서 산책을 하고 일주일에 한 번 문화예술을 접하는 것도 힐링에 좋은 방법이라 한다(더욱 권장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사람을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에 대한 방법들을 더 터득해야겠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랑했는데도 사랑하는 법을 몰라 떠나갔는가 생각해보면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얼마 전에 크게 다투고 절교까지 선언한 친구와 화해의 전화를 해야겠다) 사랑이야 말로 사람이 사람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사람으로부터 힐링 받는 데 큰 영향을 끼치리라 믿기 때문이다.
강해연 / 이유 프로덕션 & 이유 극단(EU Production & EU Theatre) 연출 감독으로 그동안 ‘3S’, ‘아줌마 시대’, ‘구운몽 1’ ‘구운몽 2’ 등의 연극과 ‘리허설 10 분 전’, ‘추억을 찍다’ 등의 뮤지컬, ‘Sydney Korean Festival’, ‘K-Pop Love Concert’ 외 다수의 공연을 기획, 연출했다.
출처 : www.koreanherald.com.au , The Sydney Korea Herald (2016). |
사람이 사람에게.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요?
인간관계가 어렵습니다.
그러려니하고 살려 해도 그게 안되네요.
연극으로 보여주시는 것은 어떨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