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ydney Korea Herald] 마이 디어 벨류(My dear value)

원문 발췌
The Sydney Korea Herald
강해연의 이유 있는 카타르시스 밀어들

예전에 올렸던 연극의 제목이 <아줌마 시대>였다. 그 당시 사람들이 말했다. 요즘 누가 아줌마 얘기를 듣고 싶어 하겠냐고. 그것도 40, 50대의 아줌마 이야기를.

<아줌마 시대> 배우 캐스팅할 때 조건이 아줌마여야 하는 것하고, 아줌마스러워야 하며, 아줌마답게 연기할 수 있어야 함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꿈을 오디션을 통해 뽑았다. 그 중 두 명의 배우가 연기에 빠져서 현재 정식 배우로 등록되었으며, 모노드라마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다.

그동안 극단을 거쳐 갔던 배우들이 많다. 여러 가지 이유로 현재 같이 활동을 하고 있지 않지만, 몇 명은 무대를 떠난 게 아쉽다. 이들을 처음 오디션에서 캐스팅할 때 몰랐던 것이 있다. 한 번만 하고 끝날 거로 생각했다. 공연하면서 늘 있는 일이다. 많은 이유에서 말이다. 그중에 가장 부족한 것이 서로 ‘가치’를 못 알아봤다는 것이다. 배우들은 극단을 믿지 못해서 가치를 인정 안 하고, 극단은 극단으로서 배우들의 가치를 모르고 지나쳤다. 얼마나 큰 중죄였는지 이제서야 후회한다.

요즘 한국에서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중 <마이 디어 프렌즈>(MY dear friends)가 있다. ‘꼰대’로 폄하된 노인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그런데 이 드라마가 자극을 준다. 사람들이 안 된다고, 스토리가 진부하고 누가 나이 든 사람 이야기를 듣겠냐고 했는데, 현재의 삶, 인생을 그대로 도마 위에 놓고 해부를 해도 자꾸 보게 된다. 왜냐면 속에 있는 ‘말’을 대신 꺼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에 이런 대사가 있었다.

충남 : 니들 어려서 참 이뻤는데(아랫것들 보듯 본다)

박 교수 : 네?(어이없어 한다)

충남 : 시간강사 할 때 매일 여기 와서 작품 얘기하며 밤새 울며불며 예술이 어쩌네저쩌네 하고 떠들 때~

박 교수 : 그때 얘기를 왜 하세요?(기분 나쁘게 쳐다보며)

충남 : 난 진짜 니들이 예뻤다. 못 배운 내가 예술이 뭔지는 몰라도, 지 배 곯아가면서도 저렇게 즐겁게 하는 일이라면 정말 예술은 진짜..(대단한데 아쉬운 표정 왜일까?) 대단한 거구나 싶었지.

박 교수 : 본론만 말씀하셔. 누님(시건방짐이 보인다)

충남 : 지금 니들은, 돈. 출세 밖에는 관심 없는 천하의 양.아.치야(돌아서서 씩씩하게 간다. 아 시원하다)

박 교수 : 야, 양 교수 가자(박 교수가 양 교수의 팔을 잡고 가려 한다. 치사하다. 그래)

양 교수 : 아 잠깐만, 아. 누님. 정말 그러시는 거 아닙니다. 저희 작품 몇십 만 원에 사서 몇백 만 원에 팔게 되었으면서 고맙다는 소리도 안 하시고 그래요(그래 더럽고 치사하다 치사해 표정)

충남 : 저게 끝까지 돈돈 하네.

양 교수 : 관둬요, 그러면.

충남 : 늙은 나, 왕따시킨 건 니들이 지은 죄 중에 가장 작은 죄일 거야, 아마. 니들이 지은 죄 중에 가장 큰 죄는 니들 스스로 니들 가치를 모르는 거야. 울며불며 청춘 받친 작품 함부로 하는 거 아니다. 미국 전시회는 치르게 해줄게.

(양 교수 박 교수 모두 놀란 눈으로 쳐다보다가 존경이 가득한 눈으로 충남을 바라본다)

우리의 가치를 우리 스스로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자꾸 다른 곳에서 가치를 찾으려 한다. 현재 교민사회에서 자생하는 우리의 문화 예술. 그것을 우리가, 우리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모른 척 하면 누가 인정할 것인가? 먹고 사는 것도 힘들고, 죽고 사는 일 또한 엄청난 일이지만 인생을 사는 데 있어서 무엇이 가치 있고, 그 가치에 대한 진정성이 통할 수 있는지 심각하게 생각해 볼 사안이다.

강해연 / 이유 프로덕션 & 이유 극단(EU Production & EU Theatre) 연출 감독으로 그동안 ‘3S’, ‘아줌마 시대’, ‘구운몽’ 등의 연극과 ‘리허설 10 분 전’, ‘추억을 찍다’ 등의 뮤지컬, ‘Sydney Korean Festival’, ‘K-Pop Love Concert’ 외 다수의 공연을 기획,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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